[이데일리 최선 기자] 편도 2차선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년 여성을 구조하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부사관이 사고 현장에서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특전사 9공수여단 소속 정연승(35) 상사는 전날 오전 6시 40분께 경기도 부천 송내역 부근 도로 횡단보도에서 한 중년여성이 차에 치여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 상사는 곧바로 자신의 차를 갓길에 세우고 피해 여성에게 달려갔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공수강하를 위해 헬기탑승장으로 이동 중인 故 정연승 상사. [사진=육군]
정 상사는 피해 여성의 상태를 확인하고 기도를 확보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 상사가 피해 여성을 돌보는 사이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1t 트럭이 그를 비롯한 피해 여성, 사고 운전자 등 3명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정 상사와 피해 여성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정 상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돕기 위해 헌신해 부대원들에게 귀감이 됐다. 정비대대 소속으로 낙하산, 잠수복, 고무보트 등 장비 수리는 물론 저격수의 위장복인 길리슈트(Ghillie Suit) 제작 연구에도 힘썼다. 정 상사는 2000년부터 최근까지도 부대 인근 장애인 시설과 경기도 시흥시 소재 양로원을 찾아 목욕, 청소, 빨래, 식사 봉사를 해왔다. 매달 10만원을 결식 아동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후원해왔다.
정 상사는 부대원들의 체력단련 교관 임무도 맡아왔다. 그는 태권도, 특공무술 등 도합 5단의 유단자이자, 스킨스쿠버, 동력수상레저 조종 면허를 갖고 있는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사고 당일도 정 상사는 아침 점호시간에 맞춰 장병들과 체력단련을 진행하기 위해 출근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특전사는 정 상사의 의로운 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금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정 상사의 유족으로는 아내와 여덟 살, 여섯 살 난 두 딸이 있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9시 국군수도병원에서 부대장으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