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돌연사(심정지)에 대해 의사들도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의사니까 당연히 대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착각이다. 의사가 이 정도면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한심폐소생협회 노태호 홍보이사(서울성모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3일 저녁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정지에 관한 정부와 의료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흔히 심장마비 또는 돌연사로 불리는 심정지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노 교수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 중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 정상인이 1/3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연간 심정지 환자는 2만5000명 안팎으로 하루에 68명 정도가 사망한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에 달한다. 환자의 80%가 가정과 직장 등 의료인의 신속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공간에서 일어난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5% 내외(2008년)로 최근 10년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스웨덴은 14%, 일본 10.2%, 미국 7.1%~8.4%로 생존율이 훨씬 높다.
문제는 가족이나 타인이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다고 해도 신속·정확한 응급조치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폐소생술을 배웠어도 환자가 사망이나 심각한 상태에 이르면 법적인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
이는 정확한 심폐소생술을 구사하지 못하는 의사도 예외가 아니라고 노 홍보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부터 심정지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의 의사들이 관심을 더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 관심과 지원 절실-지속적 홍보와 캠페인도 필요"
노 이사는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고 수차례 말했다. 지속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대국민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노 이사는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안전벨트 매기 운동이었다. 심정지 관련 캠페인이나 기사는 간헐적으로 나오지만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에 달하는 심정지는 정부가 관심을 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응급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선한사마리안인 정신을 홍보해 심폐소생술 등의 구조행위가 민형사상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이미 형법에 선한사마리아인법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두 가지 개념으로 나뉜다. 희생자를 구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면해주거나 희생자에게 구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것에 책임을 묻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노 이사는 심폐소생술과 관련한 단체의 질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국내에는 대한심폐소생협회를 비롯해 대한전문응급처치협회, 선한사마리아인본부, 대한적십자사, 산업안전교육원, 응급의료정보센터 등 다수 기관이 일반인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한다.
기관마다 강의 방법과 기자재, 교육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인 질 관리와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홍보가 절실하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자만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의사들이 정확한 대처법을 숙지하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일반인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